전문가 시스템이 등장했을 때, AI는 다시 한 번 큰 기대를 받았습니다.

첫 번째 AI 겨울 이후 식어버렸던 관심이 다시 살아났고, 기업들도 AI를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의 AI가 연구실 안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준이었다면, 전문가 시스템은 기업 현장에서 돈을 벌거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처럼 보였습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 지식을 컴퓨터에 넣으면, 컴퓨터가 사람 대신 판단을 도와줄 수 있다.
의료, 금융, 제조, 화학, 장비 진단 같은 분야에서 전문가 시스템은 꽤 매력적인 기술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커질수록 문제도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실용적인 AI처럼 보였던 전문가 시스템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현실적인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AI는 다시 한 번 차가운 시기를 맞게 됩니다. 이것이 두 번째 AI 겨울입니다.

다시 살아난 AI 열풍

1980년대에는 AI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전문가 시스템은 기업들에게 꽤 설득력 있는 기술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아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특정 분야의 전문가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가능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장비 고장을 진단하는 시스템, 의료 판단을 보조하는 시스템, 화학 물질을 분석하는 시스템, 금융 의사결정을 돕는 시스템 등이 등장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었습니다.

전문가가 부족한 분야에서 컴퓨터가 판단을 도와줄 수 있고, 반복적인 업무를 줄일 수 있으며, 중요한 지식을 시스템 안에 저장해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드디어 실제 비즈니스에 쓰일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연구자뿐 아니라 기업, 정부, 투자자들도 AI를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전문가 시스템은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들었습니다.

먼저 전문가의 지식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그 지식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규칙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시스템을 만들고, 테스트하고, 오류를 수정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계속 업데이트해야 했습니다.

처음 구축할 때도 비쌌지만, 유지하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문제는 전문가의 지식을 규칙으로 바꾸는 과정이었습니다. 전문가가 어떤 판단을 할 때는 단순한 공식만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험, 감각, 과거 사례,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함께 작동합니다.

하지만 컴퓨터에게는 이런 것을 하나하나 명확한 규칙으로 입력해야 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판단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이 있으면 예외로 본다.”
“이 상황에서는 다른 가능성을 먼저 확인한다.”

이런 규칙이 계속 늘어나면서 시스템은 점점 복잡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몇 가지 규칙만 있으면 될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업무에 적용하려고 하면 예외가 끝없이 생겼습니다. 그 예외를 처리하기 위해 또 다른 규칙을 추가해야 했고, 규칙이 많아질수록 시스템은 관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유지보수가 어려웠다

AI는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전문가 시스템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손을 봐야 했습니다.
법과 제도가 바뀌면 규칙을 수정해야 했고, 새로운 장비가 나오면 진단 기준을 바꿔야 했고, 산업 환경이 달라지면 판단 기준도 달라져야 했습니다.

문제는 이 수정 작업이 쉽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규칙 하나를 바꾸면 다른 규칙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예외를 추가하면 기존 판단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커질수록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찾기 어려워집니다.

사람 전문가라면 새로운 정보를 배우고 경험에 맞춰 판단 방식을 자연스럽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 시스템은 사람이 직접 규칙을 고쳐줘야 했습니다.

이것은 기업 입장에서 큰 부담이었습니다.

처음에는 AI를 도입하면 업무가 자동화되고 비용이 줄어들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계속 인력과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기대한 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너무 딱딱한 AI

전문가 시스템은 정해진 상황에서는 꽤 잘 작동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나오면 약했습니다.

이것은 규칙 기반 AI의 근본적인 한계였습니다.

사람은 새로운 상황을 만나면 경험과 상식을 이용해 유연하게 판단합니다. 꼭 정답을 몰라도 비슷한 사례를 떠올리고, 상황을 해석하고, 가능성을 좁혀갑니다.

하지만 전문가 시스템은 입력된 규칙 안에서만 움직입니다.
규칙에 없는 상황이 나오면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장비 고장 진단 시스템이 있다고 가정해볼 수 있습니다. 시스템은 특정 경고 신호와 증상을 바탕으로 고장 원인을 추정합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고, 센서가 잘못된 값을 보낼 수도 있으며,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고장 형태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사람 전문가라면 “이건 기존 사례와 조금 다르다”고 판단하고 다른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칙 기반 시스템은 그런 유연성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 시스템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는 쓸 수 있었지만, 넓고 복잡한 현실 문제에서는 기대만큼 강하지 않았습니다.

기대와 현실의 간격

두 번째 AI 겨울이 찾아온 가장 큰 이유는 기대와 현실의 차이였습니다.

기업들은 AI가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보수가 어렵고, 적용 가능한 범위도 제한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컴퓨터가 전문가를 대신할 수 있다”는 말이 매력적으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컴퓨터가 전문가의 일부 판단을 보조할 수 있다”에 가까웠습니다.

이 차이는 매우 컸습니다.

AI가 완전히 사람을 대신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에,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는 결과는 실망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AI를 도입한 기업 중 일부는 투자 대비 효과를 충분히 얻지 못했습니다. 시스템 구축에는 많은 돈이 들어갔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제한적으로만 활용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AI는 다시 과장된 기술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AI 전용 장비 시장의 흔들림

당시에는 AI를 위해 특별한 컴퓨터와 개발 환경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있었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AI 개발에 적합한 전용 장비를 만들었고, AI 열풍과 함께 관련 시장도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일반 컴퓨터의 성능이 빠르게 좋아졌고, 비싼 전용 장비의 필요성이 줄어들었습니다.
AI 프로젝트 자체가 기대만큼 확산되지 않으면서 관련 장비 시장도 흔들렸습니다.

AI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AI 전용 장비 시장도 위축되면서 투자자와 기업들은 AI 분야를 다시 조심스럽게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미래 기술로 주목받던 AI는 다시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과가 불확실한 분야로 인식되었습니다.

두 번째 AI 겨울의 분위기

두 번째 AI 겨울은 첫 번째 AI 겨울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습니다.

첫 번째 AI 겨울은 초기 AI가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겠다는 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찾아왔습니다.
두 번째 AI 겨울은 AI가 실제 산업에서 기대만큼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찾아왔습니다.

즉 첫 번째 겨울이 연구의 한계에서 왔다면, 두 번째 겨울은 상업화의 한계에서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AI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기업들이 원하는 만큼 싸고 빠르고 안정적인 기술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묻기 시작했습니다.

AI에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
전문가 시스템이 정말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규칙을 계속 추가하는 방식으로 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이 기술은 실제로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이런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면서 AI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줄어들었습니다.

실패 속에서 남은 교훈

두 번째 AI 겨울은 AI 역사에서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첫 번째는 AI가 실용적이려면 기술뿐 아니라 경제성도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흥미로운 기술이라도 너무 비싸고 관리가 어렵다면 널리 쓰이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사람의 지식을 규칙으로 모두 표현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의 판단은 단순한 조건문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경험, 맥락, 직관, 예외 처리 능력이 함께 작동합니다.

세 번째는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특정 업무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점입니다.

이 교훈은 오늘날에도 중요합니다.

현대의 AI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분야에 적용하려면 비용, 정확도, 유지보수, 책임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과 실제로 현장에서 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AI는 조용히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두 번째 AI 겨울로 AI에 대한 관심은 다시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AI 연구 자체가 멈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 시기를 거치며 AI는 새로운 방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규칙을 사람이 일일이 입력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컴퓨터가 데이터에서 직접 패턴을 배우게 하면 어떨까?

이 생각이 점점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모든 규칙을 알려주는 대신, 컴퓨터가 많은 사례를 보고 스스로规律를 찾아내는 방식입니다. 이것이 이후 머신러닝의 흐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두 번째 AI 겨울은 AI의 실패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방향 전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AI는 더 이상 사람의 지식을 모두 규칙으로 넣는 방식에만 의존할 수 없었습니다. 현실 세계는 너무 복잡했고, 예외는 너무 많았으며, 지식은 계속 변했습니다.

그래서 AI는 조금씩 다른 길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규칙을 입력하는 AI에서, 데이터로부터 배우는 AI로.

두 번째 AI 겨울은 차가운 시기였지만, 그 안에서 AI는 중요한 전환점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비싼 전문가 시스템의 한계를 겪으면서, AI는 더 유연하고 확장 가능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